라는 말은 옥이의 입에서 끝내 나오지 않았다. 옥이는 7명의 친구를 오랜 세월 나름대로 관리하며 친분을 유지한다. 진주와 광희도 그중에 들어있지만, 은정은 아니다.
금나는 옥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조울증 환자 외국인 남편과 살면서 전염되었는지? 3개월 주기로 조증과 울증을 반복한다. 옥이가 친구들과의 만남은 조증 모드일 때 이루어진다. 울증 3개월은 두문불출한다. 조증의 3개월 동안 옥이는 울증 기간에 못한 일을 몰아서 해치우려는 듯, 본전을 뽑으려는 여행객처럼 악착같이 나다녔다. 피곤에 절어 게슴츠레해진 눈을 간신히 뜨고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옥이는 친구들을 만나면 밀린 한국말이라도 풀어내듯 쉼 없이 떠들었다. 한국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한입 가득 물고 떠든다. 금나는 옥이와 마주 앉으면 이상하게 입맛이 달아났다. 금나가 은정이와 이야기하려면 옥이는 끼어들어 참견한다. 남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혼자만 정신없이 떠들어 모두를 정신 나가게 한다. 그나마 주위 사람들이 그녀의 울증 3개월 동안은 시달리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운이 좋은 해는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지나가기도 한다.
금나는 옥이가 선물을 주며 우정을 강조할 때마다 부담스럽다. 미니멀한 자기 집 인테리어를 망친다며 집에 오자마자 버린다. 옥이가 만나자고 할 때마다 선약이 있다는 핑계를 댄다. 간혹 옥이를 만날 때 금나는 맞은편에 앉자니 밥맛이 떨어지고 옆에 앉자니 귀가 울리고 골이 지끈거려 거리를 두려고 애쓴다.
작년 옥이의 집에서 만남 이후 오랜만에 업스테이트 뉴욕 야외 행사장에서, 금나, 은정, 옥이, 진주와 광희가 만났다. 아카시아 향기가 바람에 실려 코끝에 맴돌았다. 어린 시절 시골길에서 맡았던 향기와 똑같다. 모두 코를 쫑긋거리며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잠시 말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때, 항상 주위를 살피며 이득을 취하려는 옥이와는 친하지만, 은정을 싫어하는 생쥐처럼 생긴 나이 든 여자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염탐하듯 눈을 가늘게 뜨고 옥이에게 물었다.
"옥이씨, 은정씨와는 어떤 사이예요."
“친군데요”
옥이에게 던진 질문이었으나, 웬일인지 은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옥이의 서늘한 대답이었다. "친구 아닌데요." 은정은 얼굴이 붉어진 채 숟가락을 내려놓고 어쩔 줄 몰랐다. 둘의 관계가 더욱더 궁금해진 나이 든 여자가 다시 물었다.
"그럼 친구가 아니라면 어떤 사인가?"
옥이는 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재빨리
"은정씨 남편과 친구 사이예요."
은정이 아니라 은정 남편과 친구라니. 옥이의 황당한 대꾸에 은정은 응원해달라는 표정으로 금나를 쳐다봤다. 금나는 시선을 피하며 말이 없다. 은정은 어디에다 눈을 둘지 몰라 잠시 망설이다가 체념한 듯 허공을 응시했다.
옥이가 30여 년 전, 미국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은 은정의 남편이었다. 한국 남자 은정 남편은 돈 없고 직업도 변변치 않아 옥이의 결혼 상대가 아니었다. 단지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고민 상담 해주는 든든한 친구였다. 어느 날 옥이는 그가 결혼한다고 소개한 은정을 보는 순간, 왠지 무조건 그녀가 싫었다. 깡마른 몸, 뻣뻣한 곱슬 머리털, 까무잡잡한 작은 얼굴에 가는 눈이 매섭다. 남자를 손아귀에 쥐고 뒤흔들 것 같은 까칠한 인상이다.
은정은 남편의 소개로 옥이를 이런저런 모임에서 오랜 만남을 이어왔다. 옥이의 ‘친구가 아닌데요.’라는 대답이 혼란스러워 그녀가 한 말을 곱씹고 씹었다. ‘나 혼자 옥이를 친구라고 여겼나? 옥이가 조울증과 폐경기가 맞물려 신경이 날카로워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워서인가?’ 뭐 오랜 세월 정을 나눈 사이가 아무것도 아니라니 할 말은 없지만, 옥이의 조울증만 잘 피하면 솔직하고 따뜻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반면에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조울증 옥이가 스스로 떨어져 나가 주어서 홀가분해졌다.
돈 못 벌던 은정의 남편이 요즈음 잘나간다. 옥이는 예전에 자기와 차이 나게 못살던 은정이가 가난의 때를 벗고 점점 세련돼 가는 것이 얄밉다. 못살던 그 궁상스러운 모습 그대로 짜그라져 있기를 바라는 못된 심리가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자신이 미울 정도로 은정이가 싫다. 집을 산지가 언젠데 아직 집들이도 하지 않는 얌체다. 발품 팔아 선물을 하면 은정은 기껏해야 와인 한 병으로 땡이다. 받기만 하지 베풀 줄 모른다. 옥이는 은근히 생쥐처럼 생긴 나이 든 여자에게 은정이에 대해 뒷말하며 관리하는 7명 친구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은정은 자리 잡고 사는데 골몰하느라 옥이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물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은정도 받기만 하고 베풀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있다. 친구들은 식사 초대도 하고, 살이 쪄서 입지 못하는 쓸만한 옷가지도 건넨다. 무언가 답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무일푼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에서 아끼고 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요리 실력도 신통치 않아 망설이다가 집들이를 하지 않았다. 베풀기를 좋아하는 옥이의 미움을 살만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 앞에서 친구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자기를 싫어하는 줄은 몰랐다.
“옥아, 너 은정이 남편과 친구라면 은정이와도 친구지. 뭐 그런 섭섭한 소리를 하냐? 왜 그래 갑자기? 우리 그동안 함께 잘 어울렸잖아.”
모두 나 몰라라 하는데 금나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듯 옥이를 나무라며 은정이를 두둔했다.
털털하고 널널한 금나는 항상 집 문을 열어 놓고 친구들을 반긴다. 갑자기 욱하며 큰소리를 내긴 하지만, 뒤끝 없고 험담도 하지 않는 돌직구다. 화장기 없는 흰 얼굴이 나이 들었어도 귀엽다. 멋 부리는 것이 쑥스럽고 귀찮아 톰보이처럼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고수한다. 술을 좋아하고 풍류를 즐긴다. 남의 집에 가는 것보다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 친구들을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에서 친정엄마가 수시로 보내주는 재료로 만든 음식 맛은 한국에 가서 맛집 순례를 하는 듯 친구들의 향수를 달래준다.
요즈음 금나는 아이들이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자 가슴이 뻥 뚫린 듯 헛헛했다. 조금만 걸어가면 늘 푸른 바다가 있는 교외 조용한 아담한 집에서 갑자기 닥친 공허한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는 중이다. 남편의 빈번한 출장 중 친구들을 초대했다. 다섯 명이 오랜만에 편하게 모였다. 술을 즐겨 마시는 금나 집에는 술이란 술 종류는 다 있다.
“입가심으로 선물 들어온 아이스 와인으로 한 잔씩 시작하다가 맥주나 와인으로 갈까?”
“아. 나는 소맥으로 할 거야.”
은정이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럼 아이스와인 다음 기네스 그리고 소맥 하다가 와인으로 가자.”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벽난로에서는 장작 타는 소리가 들렸다. 술맛 당기기에 이보다 좋은 날은 없었다.
“요즈음 왜 이리 우울한 사람들이 많은 거야. 주위에서 불쑥불쑥 머리를 내미네. 어쩌라는 건지.”
본인이 조울증이라는 사실을 잊은 건지, 인정하기 싫은 건지. 늘 그렇듯 시작은 입담 좋은 옥이였다. 광희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말없이 서로 눈을 맞추며 어깨를 으쓱했다.
“팬데믹이 길어져서 다들 지친 거야. 다들 선인장처럼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 있잖아. 언제쯤 정상으로 돌아갈까? 골프도 제대로 못 치고, 답답해 죽겠어.”
평소 말귀가 5초는 늦는 데다, 온 정신이 필드에 나가 있는 광희가 거들었다.
“예전으로 돌아가긴 틀렸지. 그냥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즐겨야 해. 자기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가시 세워봤자 본인만 피곤하지.”
모태신앙인 진주가 모임을 리드하듯 부드럽게 말을 받았다. 딩크족으로 살며 여전히 처녀 같은 몸매를 유지하는 진주는 옷 입는 센스마저 고급스러웠다. 은정은 그런 진주를 부지런히 훔쳐보며 따라 했지만, 늘 어설픈 짝퉁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금나의 시선은 맞은편 광희에게 머물렀다. 미간이 일그러지는 꼴이, 광희의 존재 자체가 공해라도 된다는 기세였다. 술기운이 오른 은정의 눈에는 광희가 그저 ‘반짝이는 장식이 달린 크리스마스트리’ 정도로 보였다. 소맥을 들이키자 평화롭고 밝은 세상 속으로 빠져드는 은정이의 눈에 광희는 드넓은 골프장으로 옮겨져 있었다.
‘광희는 필드에서도 저 똥배와 처진 히프를 드러내고 채를 휘두를까? L 사이즈를 입어야 할 몸을 왜 굳이 S 사이즈에 구겨 넣어 울리불리 살점을 튀어나오게 하는지.’
은정은 취기를 빌려 물어볼까 망설이다가, 옥이가 대신 총대를 메주길 기다리며 잔을 비웠다.
아니나 다를까, 옥이가 옆에 앉은 광희의 모자를 홱 잡아당겼다.
“모자 좀 벗어! 네가 고개 숙일 때마다 내 접시에 먼지 떨어지잖아.”
“건드리지 마! 모자 벗으면 머리 엉망 된단 말이야.”
사각진 얼굴 위로 챙 넓은 모자를 쓴 광희는 흡사 광대 같았다.
“광희야, 나니까 하는 말인데, 그 똥배랑 처진 히프 좀 가려. 사람들이 수군거려.”
“누가 그래? 남이야 배를 내놓든 말든 뭔 참견이야! 에이씨, 골프나 치러 갈걸, 괜히 와서 별소릴 다 듣네.”
광희가 목을 세우자 주렁주렁 매달린 쇠사슬 목걸이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그 사이로 깊게 파인 목주름이 도드라졌다.
“목걸이는 또 왜 이렇게 많이 걸었어? 목 디스크 오겠다. 다 빼고 하나만 하든가, 스카프를 해. 이것도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참견 마. 너나 잘해!”
광희의 일침에 좌중의 시선이 옥이에게 쏠렸다. 덩치 큰 옥이가 울퉁불퉁한 뱃살을 가리려 걸친 치렁치렁한 옷은 오히려 그녀를 더 거대하게 보이게 했다.
참다못한 금나가 술잔을 탁 내려놓으며 일어났다.
“광희 말이 틀린 거 없지. 남의 뱃살 신경 꺼라. 각자 자기 뱃살이나 관리 잘하자고. 내 배 한번 보여줄까?”
금나가 셔츠를 확 걷어 올렸다. 뽀얀 뱃살이 두부 한 모처럼 묵직하게 드러났다.
“내 배도 광희 못지않아. 자, 우리 각자의 뱃살을 위해 건배하자!”
금나의 쿨한 선언에 분위기가 묘하게 풀리는 듯했다. 옥이는 소맥으로 잔을 채우며 다시 입을 열었다. 주제는 뜬금없이 한국 정치였다.
“아니, 미국 살면서 왜 한국 정치에 목을 매고 울분을 토해?”
진주가 조심스레 묻자 옥이가 쏘아붙였다.
“무료해서 그런다, 왜! 너는 왜 종교에 빠졌는데? 요즈음 누가 기독교를 믿니?”
“나는 모태 신앙이라니까.”
“정치랑 종교 이야기는 제발 그만 좀 해! 자기계발은 안 하고, 한 번뿐인 인생 시간이 아깝지도 않니?”
금나의 서늘한 한마디에 달아오르던 다툼이 한 방에 진화됐다.
광희는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가 잠깐 살고 이혼한 돌싱이다. 허전함을 달래려는지 몸에 많은 것을 달고 다니고 항상 여행 떠나는 사람처럼 커다란 가방이나 백팩을 애인처럼 달고 다닌다. 그 가방 안엔 뭔가 꽉 차 있다.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받는 광희는 의사의 지시라도 받았는지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외로움을 하소연했다. 정신과 의사는 돈을 받고 들어주지만, 돈을 받고서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친구들에게 전화질했다.
얼마 전, 광희가 은정이에게 전화했었다. 공교롭게도 은정 남편이 받았다.
“인제 그만 좀 하지요. 한밤중에 전화해서 자는 사람 깨워 괴롭히는 것 좀 그만하라고~
그동안 참고 벼루던 은정 남편이 작심한 듯 소리 지르고 전화기를 껐다.
화가 난 광희는 금나에게 전화해서 은정 남편이 예의 없고 무식하다며 하소연했다. 금나가 거들어주지 않자 바통은 진주에게 갔다.
“진정해. 이번 일요일에 우리 교회로 와. 함께 기도하자.”
교회라면 질색하는 광희는 옥이에게 전화했다.
“주위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정신과 의사에게 더 자주 삼담 받아.”
미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외면당하자 서울에 사는 친구들에게 연락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날씨가 풀리자 광희가 골프채를 잡고 필드로 나갔다. 모두에게 평화가 찾아왔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술좌석이 벌써 오후 4시를 지나고 있다. 새삼 시간이 날아간다고 생각한 진주가 부드럽고,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인제 그만 마시자. 어두움이 깔리면 운전하기 편치 않은데. 1시간 동안 술 깨고 5시에는 출발해야지. 나 밤눈 어두워 운전하기 힘들어. 어둡기 전에 떠나야 해.”
광희도 술자리가 지루했다는 표정으로 툭 뱉었다.
“자 그만하고 일어나자.”
친구들을 초대해 놓고 먼저 술에 취한 금나는 딴 세상을 헤매고 있었다. 술만 마시면 긴장이 풀리며 신나 하는 은정이는 집에 가기 싫다며 칭얼거렸다. 광희는 옥이가 잔소리할 때마다 기분 나쁘다며 들이켠 술로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충고해주면 듣지 않고 똥고집 부리는 광희를 보며 답답해 들이켠 술로 옥이도 취했다.
진주는 바나나처럼 매끈한 가는 몸매에 흰 피부로 귀티가 난다.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하고 나긋나긋 고양이처럼 움직인다. 같은 몸무게를 항상 유지하며 바른 생활이 몸에 밴 단정한 모습이다. 그녀가 입은 옷은 보기보다 비싼 옷들이다. 안타깝게도, 뭔가 답답한 숨 막히는 여학교 사감처럼 회색 조끼 원피스 밖으로 드러난 흰 면 셔츠 단추를 죄다 채웠다.
“돈을 저렇게 많이 처들이고 멋이 안 나면 곤란하지.”
금나가 은정이에게 속삭였다.
“너희들 술 좀 그만 마시고 뒤뜰에 나가서 시원한 바람 좀 세라. 그러다 속 다 버리겠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진주는 친구들 건강을 챙기고 잘되라고 기도도 해준다. 그녀는 일정표에 따라 움직이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느라 많은 시간을 들여 장 보러 멀리 원정까지 간다. 소설보다는 다큐멘터리를 즐기고 남편과 여행도 종종 한다. 그러나 뭔지 모르게 말뚝에 묶인 갑갑함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금나는 진주의 그런 모습이 답답하다며 가까이하기를 꺼린다.
먼젓번 금나 집에서의 만남이 짧아 섭섭했던 진주가 가까이 사는 옥이와 은정을 집에 초대했다.
“나는 좀 바빠서 안 되겠는데.”
옥이가 말했다. 진주는 다른 날로 약속을 잡았다.
“옥야, 진주집에 함께 가자.”
은정이가 옥에게 말했다.
“너 혼자가. 나는 학처럼 고고하고 우아한 진주 만나는 것이 불편해.”
은정은 진주와의 만남을 미루고 금나와 둘이서 카페에서 만났다. 금나의 태도가 시큰둥하다. 예전엔 그리 밝은 표정으로 반기던 금나가 말없이 조용하다. 은정도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먼저 입을 뗐다.
“여기 분위기 여전히 좋다.”
금나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피식 웃었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사람이 없네. 커피 맛은 여전한데.”
금나는 커피잔을 들고 홀짝거리기만 했다.
“빵 먹어 봐. 맛있어.”
금나는 말없이 빵을 뜯어 입에 구겨 넣었으며 생각한다.
‘은정이의 태도에서 광희, 옥이, 진주의 싫은 모습이 조금씩 보여서 쳐다보고 말 섞고 쉽지 않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금나가 자주 하는 말이 떠올라 은정도 생각에 빠졌다.
‘그래 금나가 변한 거야. 물론 나도 변했지. 풋풋했던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 변하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야. 아쉽지만 금나가 밀어내는 것을 자연의 섭리로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그동안 친구 해준 것만도 고맙지. 모두가 폐경기를 무사히 넘기고 난 후에 다시 만나 서로가 까칠했음을 인정할 날이 오겠지. 오지 않아도 할 수 없고. 한번 사는 내 인생에나 몰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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