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26, 2024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다. 서희는 가을 청색 코트 속에 다운 조끼를 입고 검은 머플러로 목을 감았다. 그녀 몸에서 내세울 것이라고는 튼실한 다리다. 제일 잘하는 것도 걷는 것이다. 서희는 ‘강을 끼고 걷다가 대서양을 만나 해안선을 낀 작은 도로로 계속 걸어가면 플로리다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다. 멀리서 검은 개가 갑자기 짖으며 달려왔다. 그 바람에 서희는 기겁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위를 둘러보며 개 주인을 찾았다. 개 주인은 떨어진 곳에서 개 줄을 들고 ‘개야 물어라.’는 태도로 놀라는 서희를 보며 즐기는 듯 느긋했다. 당장이라도 물것 같은 개를 노려보며 파랗게 질린 서희는 노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네 개가 나를 물려고 하는데 개를 부르지 않고 뭐하니? 아홉 시가 지나면 개 줄을 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오히려 개 주인은 개새끼를 걱정하는 투의 뻔뻔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지껄였다. 

“선글라스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너의 이상한 모습을 보고 개가 놀라서 짓는 거잖아.” 

개들은 개 주인을 똑 닮아 못된 주인이 키운 개는 사납게 짖으며 달려든다. 개가 가까이 와서 인사하듯 동그란 눈으로 빤히 쳐다보는 착한 개 주인은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심성이 고운 사람이다. 우울증 주인 개 또한 우울증인지 다른 개하고는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배회한다. ‘개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주머니에 먹을 것을 넣고 다니다가 달려들려는 개를 멀리 쫓기 위해 던져줄까?’ 궁리와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개 줄을 해야만 하는 오전 9시 이후로 산책 시간을 바꾸었는데도 못된 개 주인들은 개를 풀어놓는다.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듯이 서희에게는 개를 무서워하며 싫어하는 사정이 있다.

“개새끼” 서희가 태어나 처음 내뱉은 욕이다. ‘엄마, 아빠’라는 말만 간신히 할 줄 알던 나이의 서희가 등에 주사 놓는 의사를 향해 욕인지도 모르고 했던 말이다. 아마 서희가 개한테 물리고 나서 ‘이놈의 개새끼가.’ 화가 나서 내뱉은 어른들의 말을 듣고 따라 한 듯하다. 아버지는 본인을 빼닮은 서희를 무척 예뻐했다. 번쩍 들어 올려 깎아도 수염이 금세 올라오는 까칠한 뺨에 비벼대곤 하셨다. 서희는 따가워 발버둥 치며 아버지의 껄껄 웃는 소리를 듣곤 했다. 사랑을 독차지한 서희에 대한 시기심 때문인지 키우던 개가 어른들이 잠시 한눈판 사이 잠자는 서희를 으슥한 곳으로 물고 가서 온몸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다.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찾아 개에게서 떼어 낸 화가 몹시 난 아버지에게 개는 어디론가 끌려가 사라졌다. 아직도 서희의 다리에 흔적이 서너 군데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개만 보면 살살 기듯이 걷는다. 아무리 개 주인이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 착하다.’는 말을 해도 절대로 믿지 않는다. 개는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기에 어느 때, 어디에서 달려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기야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달려들어 성추행당했다는 뉴스도 종종 듣지도 않는가.

서희가 개를 멀리하는 사정이 있듯이 승미는 개라면 끔벅 죽듯이 사랑하는 사정이 있다. 

승미는 여덟 형제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억척스러운 엄마가 반찬 장사해서 큰 언니를 대학 졸업시켜 약사로 만들었다. 엄마가 반찬 장사하는 시장통 골목 들어서는 길가에 약국을 차렸다. 맏딸인 큰언니는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 언니가 약국에서 번 돈이 승미에게 오기까지는 목 빼고 기다려도 인절미는 구경도 못 하고 콩고물이나 할 틀 정도로 오빠와 언니들의 학비 대기에도 벅찼다. 항상 언니들이 물려준 옷과 신발을 그리고 반찬 장사하는 엄마와 바쁜 언니들 틈바구니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희와 승미는 그 넓은 미국에서도 뉴욕 그리고 같은 동네, 공원에서 우연히 만났다. 승미는 개를 끌고 배회하고 서희는 산책 중이었다. 무릎 뚫린 빛바랜 청바지에 주황색 오리털 재킷을 입은 승미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화려한 모습이었다. 다른 개와 달리 승미 개는 깊은 생각에 잠겨 사색하는 표정이었다. 개를 한국억양으로 부르는 소리를 듣고 서희는 승미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둘은 서로 아는 체하지 않았다. 어느 날 깊은 생각으로 사색하던 개가 서희에게 다가와 빤히 바라봤다. 개를 끔찍이 싫어하는 서희지만 이 개만은 특이해서 물어봤다.

“개가 생각이 많은가 봐요?”

서희의 물음에 귀찮다는 듯 승미는 개를 부르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가버렸다. 그 후로 개는 서희를 볼 때마다 가까이 다가와서 아는체했다. 승미가 개를 불러도 개가 서희를 떠나지 않으려고 하자 개 줄을 묶으려고 다가왔다.

“개 이름이 뭐예요?”

“나이키예요.”

승미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국 사람이 이 동네에 사는 줄 몰랐어요. 반가워요. 개가 조용하네요. 사색하는 철학자 같아요.”

둘의 인연은 개 끈으로 연결되었다.

그렇게 무뚝뚝하던 승미가 상냥한 미소로 다가와 커피를 내밀며 인사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친절을 받으며 서희는 기뻤다. 커피로 시작한 승미는 만날 때마다 인절미, 만두, 김치, 등등 그녀가 손수 만들었다며 가져다줬다. 둘은 가까워졌다.

서희가 생각하기에 승미의 개 사랑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유난스러웠다. 세상에 승미 자신과 나이키만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이키에게 인사하고 가세요. 우리 아들이 섭섭한 눈으로 쳐다보잖아요.”

돌아서 가는 서희를 승미가 불러세워 커다란 눈을 부릅뜨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야단치듯 말하곤 했다. 서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헤어질 때 인사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 ‘나이키에게 인사하고 가라니!’ 산책하며 개에게 시달리던 서희가 이제는 인간에게도 시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승미와의 인연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나이키를 ‘우리 아들’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이키의 존재가 그녀의 남편과 딸의 존재 이상인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연락도 없이 나이키를 끌고 서희 집 문을 두들기지를 않나.

‘우리 아들이 서희씨 집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버텨서요.”

“그럼, 나이키를 뒤뜰에 풀어 놓고 차 마시고 가세요.”

“나이키는 내가 보이지 않으면 엄마를 찾으며 울어요. 여기에 함께 있고 싶어요.”

승미는 식탁에 두발을 올린 나이키를 쓰다듬으며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며 차와 함께 내놓은 과자와 넛을 입에 넣어줬다. 서희는 상전이 따로 없는 풍경을 보고 뭐라지도 못하고 참으며 오래전 한국에서 여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관광버스 뒤에 앉은 젊은 여자가 시도 때도 없이 집으로 전화 해댔다. 

“우리 딸 잘 있지? 밥 먹였어? 엄마 보고 싶어 할 텐데? 아이고 우리 딸 보고 싶어라. 쭛쭛쭛” 

딸을 바꾸라더니 전화기에 대고 뽀뽀를 해대며 난리를 떨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딸이라는 게 강아지였다. 강아지를 아이 업는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네를 태우는 사람도 있다. ‘우리 아들’, ‘우리 딸’이라고 부르는 강아지 주인에게 참다못한 한 할머니가 

“사람이 어쩌다가 개를 낳았소?” 

라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도 있다.

승미가 나이키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쇼핑이다. 쇼핑 갈 일이 있으면 함께 가자고 전화했다. 서희는 바람도 쐴 겸 운전하는 승미가 가자는 데로 따라다녔다. 

"예쁜 옷을 잘 고르네요."

서희가 말하자

“언니 친구 중 부잣집 딸이 있었는데 그 언니가 항상 예쁜 옷을 입고 집에 놀러 오면 곁눈질하며 부러워했어요. 살면서 그 언니가 입었던 블라우스가 항상 눈에 아른거려서 쇼핑을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옷을 잘 고르는 경지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한 줄 알아요? 남편 눈치 보며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이거 예쁘지 않아요? 서희씨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사요. 입던 옷들은 모두 버려요. 그리고 새로 다 바꿔요. 내가 도와줄게요."

"전부 다요!" 

서희는 놀랐지만, 너무도 강경한 그녀의 말투에 알았다고 했다.

“아주 단순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검정, 회색, 베이지색이나 흰색 바지와 치마 그리고 카디건 스웨터, 청바지와 발목부츠, 검은 뿔테 안경은 기본으로 있어야 해요. 좋은 옷을 입고 싶어도 그럴 날이 많이 남지 않았잖아요." 

서희는 전문가 다운 승미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희의 부실한 가슴을 가리는 Tug neckline 셔츠, 작은 키를 커버하는 Boot cut 바지, 아예 세탁소에 함께 가서 바지 기장을 줄이는 도움까지 받았다. 서희는 늘어나는 카드 빚으로 속이 쓰렸지만, 발바닥이 불나도록 승미를 따라다녔다. 승미는 손재주가 많고 눈썰미도 예리했다. 윈도에 걸린 옷을 지나치며 힐끗 보기만 해도 만들어 입을 정도다. 음식도 먹어보기만 하면 그대로 만들어 초대하곤 했다. 

서희는 승미가 쇼핑 중독과 지나친 개 사랑으로 남편과 갈등이 많다는 것을 들었다. 승미가 남편과 싸운 후에는 가출해서 화가 풀릴 때까지 쇼핑하다가 호텔에 머무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호텔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여행 갈까 봐요. 우리 함께 여행하지 않을래요?”

서희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잘해주는 승미 말을 모른척할 수 없었다. 

“서희씨가 여행을 많이 했으니까, 일정을 한번 짜 보세요.” 

서희는 집 나온 여자와 여행 간다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여행계획을 짜는 것도 귀찮았다. 그냥 한국 여행사에 전화했다. VIP 용 패키지가 좋다며 권하기에 여러 말 섞기 싫어 그러라고 했다. 플러싱 가는 길에 둘은 여행사에 들렀다. 크레딧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더니 캐시나 체크로 내란다. 직원과 몇 마디 실랑이하다 밖으로 나왔다. 몹시 실망한 승미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처량하게 쳐다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서희는 가기 싫은 여행 잘 됐다고 생각하며 담배 한 대 달라고 했다. 둘은 어둡고 스산한 주차장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상반된 생각으로 심드렁하게 담배 연기를 뿜어 대다가 집으로 왔다. 

“그냥 여행을 취소하기는 너무 섭섭해요.”

승미가 여행을 가자고 다시 전화했다. 승미의 요청을 거절하고 싶었다. 거절했어야 했다. 하지만 왠지 그냥 여행을 가야 할 것도 같았다. 서희는 실랑이했던 여행사에 전화해 매니저를 바꾸라고 했다. ‘왜 카드를 받지 않느냐.’고 따졌더니 받는단다. 

여행을 많이 다닌 서희에게는 유럽 여행이라는 것이 몇 번 하다 보면 이 나라 저 나라 거의 비슷한 것이 성당 순례인 듯 새로운 느낌이 없었다. 여행사에서 자라는 곳에서 자고, 보라는 것을 보고, 먹으라는 식당에서 먹으며 끌려다닌다. 게다가 낮이 짧은 겨울에 동유럽 여행이다 보니 그냥저냥 모든 것이 시큰둥했다. 하지만 나이키와 쇼핑에 세월을 보냈던 승미는 흥분했다. 옷과 신발을 사서 쟁였다. 여분의 가방을 새로 샀다. 저녁마다 바에서 사람들과 한잔하며 즐기고 싶어 했다. 반대로 서희는 여행할 때는 일찍 자고 일어나는 습관이 그냥 언제부턴가 생겼다. 객지에서 피곤해 몸이 아파지는 것이 늘 두렵기 때문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만 빼고는 집 떠나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 자체에 심각성을 두지 않는 ‘그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서희는 승미의 물음에 시종 ‘알았어요. 그냥 내키는 대로 해요.’로 일관하며 성의 없이 끄덕였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들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쇼핑만을 즐기는 승미에게는 말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 말해야 할 이유도 굳이 없었다. 여행할 때 모든 것을 봐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거나 동네 시장통을 기웃거리고 동네 식당에서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는 것을 즐겼다. 패키지여행은 그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니 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취향이 다른 승미의 성질을 건드리는 것이 두려워서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능성처럼 보였던 둘의 관계가 흔히 그렇듯 시간이 지나자,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졌다. 승미의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그녀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 같았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그냥, 알아서 해요. 혼자 하는 일은 딱 부러지듯 하면서 나와 함께하는 여행엔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한 태도를 왜 반복하는 거예요?”

승미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에구머니나! 깜짝이야!" 

서희는 승미가 화가 나 이성을 잃을 때 나오는 짙은 경상도 사투리 억양을 들으며 놀랐다기보다는 승미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승미가 결혼 전 룸메이트와 다투다 발로 차며 두들겨 팼다는 것을.’ 

잘못하다가는 자기도 발로 차임을 당할지 모른다고 상상하며 입을 다물었다. 승미는 주위 사람들이 나이키처럼 자기에게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따르지 않으면 화를 벌컥벌컥 냈다. 서희 또한 표현은 하지 않지만 만만치 않았다. 속으로 승미를 비웃었다.

‘세상에서 너의 지시에 무조건 순종하며 통제할 수 있는 나이키나 너를 반기고 따르지 내가 왜 너에게 꼬리를 흔들며 순종해야 하느냐고~‘​​ 

​​

‘서희처럼 받기만 하고 베풀 줄을 모르는 이기적이고 우유부단한 인간을 만났다니! 게다가 동물을 싫어하는 차가운 피가 흐르는 너 같은 인간과는 절대 다시는 상종하지 말아야지. 속 터져서.’ 

여행 이후 승미는 동물인 나이키는 잘해준 자기의 은공을 알고 말 잘 듣는데 인간에게 공들이고 잘해줘봤자 소용이 없다며 씩씩거렸다. 나이키와 있으면 마음이 편한데 인간들과 있으면 기분이 더럽다. 특히나 서희와 있으면 뭔가 갑갑하고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불편했다. 서희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다른 공원에서 나이키와 산책했다.

어느 날 길에서 서희와 승미가 마주쳤다. 서희가 손을 흔들며 나이키에게 다가가며 인사했다. 화끈한 승미는 쌩하니 그냥 지나쳤다. 나이키는 서희에게 오려고 낑낑거렸고 승미는 나이키를 질질 끌고 갔다. 서희는 멀어져 가는 승미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며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던가? ‘세상엔 영원한 것은 없다.’며. 결혼 전 친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너 결혼 안 하니? 어떤 사람 찾는데?” 

서희는 친구의 질문에 잘못 대답했다가는 

“눈은 높아서 시집도 못 가고 쯧쯧쯧.” 

혀 차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뒤 잘 보는 남자!” 

“그건 사람이 아니고 개잖아. 얘는 별소리를 다 한다.”

친구가 눈을 흘기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서희를 쳐다봤다. 

“개만도 못한 사람도 많잖아. 개만 한 사람이면 다행이지 뭐”

서희는 승미가 나이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나이키는 이따금 생각나지만, 승미의 화난 얼굴을 떠올리는 것은 지난 과거를 잘못 살았다는 후회를 되씹는 일이라서 승미에 대한 기억을 밀어냈다. 마침내 승미와 서희는 그녀들의 기억에 한동안 묵혀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둘 사이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양 타인으로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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