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20, 2021

각자에게 맞는 행복


잠결에 전화벨이 울렸다. 이 밤중에 전화가 온다는 것은 서울에서다.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조바심에 벌떡 일어나 받았다. 
“나야. 잘 있었니?” 
“이 밤중에 무슨 일이야? 아버지에게 뭔 일이라도 난 거야?” 
“자다 일어났구나. 미안해. 밤인 줄 모르고 깜빡했다. 그냥 하도 답답해서 전화했어.” 

 아버지 가까이 사는 언니다. 아니 서울이 낮이면 여기가 밤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매번 한밤중에 전화해 놀라게 한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아이 둘 다 뉴욕에 보내 놓고 마음이 편치 않아서. 며칠 전에 린이와 통화했는데 오빠와 싸우고 방을 얻어 나왔다는구나. 아무래도 린이를 결혼시켜야겠어.” 
“나야 어쩌다 뉴욕에서 동기동창을 만나 결혼했지만, 부모 떨어져 공부하는 유학생을 남자 부모가 좋아할까? 언니도 미국에 와서 살래? 우리 형제자매 그리고 조카들도 다 미국에 사는데 언니도 오고 싶지 않아.” 
“아버지 돌아가시면 갈게.” 
“아버지가 그러는데 언니가 미국에 가주는 것이 아버지를 도와주는 거래.”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 
“정말이야. 아버지에게 물어봐.” 
맏딸인 언니는 내가 한 말을 아버지에게 확인한 후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났다. 

 “언니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잘해주며 지낼게요. 아버지 염려 마세요” 
“네가 힘들겠구나. 수고 좀 해라. 네 언니, 사람 엄청 피곤하게 한다. 아니, 하수도 파이프가 고장 났다고 해서 내가 사람 보내 고쳐 놨더니 한다는 소리가 하나님이 고쳤다지를 않나. 아픈 배를 기도했더니 주님이 낮게 해줬다지를 않나 제정신 아니다. 배우지 못했다면 모르지만, 일류 대학 나온 애가 어찌 그렇게 무식하게 말하는지 내가 투자하며 가르친 것이 다 헛것이 됐다. 그런데 네가 엄마에게 하듯 잘해보겠다니 한번 해봐. 쉽지 않을 거다. 동네 사람들은 노인네가 불쌍도 하지. 자식 모두 미국에 보내 놓고 외롭게 혼자 산다며 혀를 차는데, 나는 아주 좋다. 내 걱정하지 말아라. 난 네 언니가 미국 간 후 두 다리 쭉 펴고 잔다.” 

 “언니 영주권 챙겨 와.” 
언니와 형부 그리고 우리 부부는 차를 몰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캐나다로 가서 갓 받은 따끈따끈한 언니와 형부의 영주권 효능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다. 천 섬을 구경하고 다리를 건너 캐나다로 들어가려고 접경 지역에서 얼쩡거리다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약간의 걱정을 동반한 심정으로 영주권을 보여줬다. ‘즐거운 여행 잘하라.’며 보내주는 것이 아닌가! 이 영주권을 받으려고 그리도 애타게 기다렸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언니는 딸을 통해서 영주권을 받았다. 언니 딸, 내 조카 린이는 나와는 반대로 여자 키치고는 큰 편이다. 친정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나는 키가 작아서, 조카는 키가 커서 한국에서는 결혼하기 쉽지 않으니 떠나는 것이 낫겠다.라는 견해 또한 우리 둘 다 한국을 떠난 작은 이유 중의 하나라 고도할 수 있다. 

 6.25 전쟁을 혹독히 겪은 친정엄마는 늘 전쟁이 나면 딸들이 군인들에 의해 망가지기에 십상이고 딸들도 공부를 많이 시켜야 한다며 유학을 권장했다. 친정아버지 또한 사람은 넓은 세상을 둘러봐야 인간이 된다는 신조인지라 자식들의 결점을 유학 보내는 것으로 치유하려 했다. 

 조카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뉴욕으로 유학 왔다. 공부도 공부지만 결혼도 해야 하는데 뉴욕에서 결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키 크고 인물은 좋은데 애교가 없어서인지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조카의 모습이란 ‘방안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보릿자루’ 같았다. 내가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남자를 소개받았지만, 반응이 없는 조카가 애를 태웠다. 세 번째 소개받은 남자를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아 하는 조카를 더 만나 보도록 설득했다. 남자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왔다. 조카도 서너 번을 더 만나더니 마음을 주는 듯했다. 

조카를 결혼시키느라 애쓰는 사이에 언니와 형부는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난 조카에게 빨리 시민권을 받아 부모에게 영주권을 해 줄 것을 또 설득했다. 다행히 조카사위가 서둘러 언니 부부도 영주권을 받았다. 조카를 결혼시키고 언니가 영주권을 손에 쥘 때까지의 세월을 되돌아보니 어찌 그리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는지. 한끝의 오차만 있었어도 언니는 불법으로, 조카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방구석에 우두커니들 있을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우리 부부가 언니 부부를 데리고 여행을 떠날 때마다 남편이 차 시동을 걸면 내 입에서는 버릇처럼 
“자 우리 싸우지 말고 즐겁게 여행하자고요.” 
“넌 갈수록 아버지를 어쩌면 그렇게 똑 닮았니. 아버지하고 말하는 것도 똑같네!” 
한국에 나갈 때마다 친정아버지는 나와 언니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떠나기 전 아버지는 
“지금부터 돈은 내가 다 될 테니 너희는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싸우지 말고 즐겁게 여행하자.” 
러나 사소한 말다툼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삼대독자, 별 볼 일 없는 아들을 두신 우리 아버지,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의기소침해하며 
"자식 잘못 키운 이 못난 죄인이 뭐 할 말이 있겠냐.” 
겸손하게 대화를 시작하다가도 본인이 반대한 결혼을 고집한 언니가 한마디라도 거들라치면 
“그러는 너는, 그래 네 아들 키 커서 좋겠다. 키만 컸지 뭐 제대로 하는 거 있냐? 키 커 봐 짜 올려다보느라 불편만 하지 어디 쓸모 있냐고. 이 늙은 아비는 너 여행 데리고 다니며 맛있는 것 사주는데 넌 돈 벌어서 하나님께는 열심히 바치면서 어째 내게는 아무것도 없냐. 하나님께 공들이는 것 십 분의 일만이라도 나에게도 해봐라.” 
 잘 참는 언니도 종교 얘기엔 발끈해서 
“아버지는 왜 자꾸~” 

 나보다 여덟 살 위인 언니는 맏딸이라 설까 착하기는 하지만 융통성이 전혀 없다. 어릴 적 엄마 아버지가 부르면 언니는 
“왜요.” 
찡그린 얼굴로 대답하다가 야단 맞곤 했다. 나는 언니가 야단맞는 것을 보고 있다가 아 저런 행동과 말을 하면 야단맞겠구나 하고는 아버지가 부르면 
“네.” 
 대답하고는 냉큼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그러면 아버지는 나를 안아 주시며 예뻐하셨다. 

 엄마 아버지와 소통이 원할하지 못한 언니는 드디어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반대한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났다. 그러나 부모를 떠나면 남편 사랑을 받고 잘 살 것이라는 언니의 기대를 저버리고 아버지가 예상했던 대로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못했다. 언니는 허구한 날 이혼을 하느니 마니 형부와 싸웠다. 첫 단추를 잘못 낀 언니의 삶은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도 제대로 끼울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친정을 들락거리며 부모 속을 썩혔다. 그래서 나는 언니가 미국에 와서 새로운 삶을 살며 행복하길 바랐다. 
“언니 미국 올 때 형부를 데리고 오지 말아. 알았지. 부탁이야”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언니는 형부의 비행기 표까지 사주면서 데리고 왔다. 
“데려오지 말랬잖아. 언니는 아직도 형부를 사랑하는 거야?” 
“아니. 지겨워. 그런데 주님을 믿는 사람이 어찌 쫓아오겠다는 사람을 버리고 오니. 불쌍해서 그만.” 
“종교 때문에 언니의 인생이 망쳤네.” 

 눈치 없는 언니는 미국에서 자리 잡을 때도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물어보고 부탁했다. 나는 잘하다가도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성질을 내곤 했다. 
“언니, 그렇게 새벽기도까지 열심히 다니며 믿는 하나님은 어디에다 두고 왜 허구한 날 나만 붙잡고 늘어지는 거야. 하나님보고 해달라고 기도해.” 
“넌 어쩌면 그렇게 아버지처럼 말하니.” 
아버지의 독설을 피해 미국에 온 언니가 나에게 또 걸렸다. 언니의 운명도 안 됐다 싶어 도와주다가도 아버지를 빼다 박은 내 성질이 어디 갈까. 언니는 나의 독설로 힘들고 나는 언니의 이민 생활 자리 잡는 것 도와주느라 힘들었다. 

 “언니, 저기 별똥 떨어지는 것 좀 봐.” 
언니와 함께 올려다보는 한적한 캐나다 시골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지며 우리 자매를 반긴다. 
“언니, 아버지 덕분에 우리 미국에 와서 여행하니 좋지?” 
“나는 아버지 덕분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다 하나님의 은총이지.” 
나는 할 말을 잃고 언니를 한동안 노려봤다. 그리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가 미쳤지. 그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이 항상 언니와 함께하는데 왜 사서 이 고생을?” 

 나는 일찍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언니에게서 정을 느끼고 가깝게 지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하느님에게만 매달리는 언니 일에 참견한 것이 언니를 위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니가 주님을 믿어 행복하다니 나야말로 아버지가 언니를 미국에 보내 놓고 기뻐했듯이 감사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주님 감사합니다. 언니를 맡아주셔서. 저는 이제부터 두 다리 쭉 펴고 쉬겠습니다.” 

 그 이후 나는 언니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니는 2주에 한 번 토요일 오전 10시에 빠짐없이 나에게 전화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언니가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코로나 백신 예약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언니는 그다지 반가워하지도 않고 백신을 맞고 싶지도 않다는 투다. 
“한 사람이라도 빨리 주사를 맞는 것이 언니가 좋아하는 하나님의 말씀 ‘이웃을 사랑하는 거’예요.” 
잘났다고 나는 언니에게 충고하며 꼰대 짓을 했다. 그로부터 2주 후, 언니에게 전화가 또 왔다. 
“맞았어?” 
“뭘.” 
뭐긴 뭐야, 백신이지.” 
“아니.” 
“왜 맞지 않는데. 무슨 사연이 있는 거야?” 
“나 인침 맞으려고.” 
“인침이 뭐야?” 
“하나님이 주시는 주사.” 
 언니는 요한계시록을 늘어놓으며 코로나 백신과 666의 관계가 어쩌고저쩌고. 코비드로 집안에 처박혀 유튜브를 종일 들여다보더니 큐어넌(QAnon) 추종자가 되어 트럼프를 지지해야 한다며 어쩌고저쩌고. 종교뿐만 아니라 정치 영역까지 왈가불가하며 평상시와는 달리 내가 관심도 없고 듣기 싫어하는 종교와 정치에 대해 방언하듯 능변을 토했다. 더 말 해봤자 먹혀들어 갈 틈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언니에게 인침을 놔 주신다는 하나님이 계시고, 믿고 따르는 트럼프가 있는데 내가 왜 걱정하며 꼰대 짓을 또 했던고. 잠시 깜빡했다. 

 “이모, 저 린 이에요. 잘 지내시지요.” 
“그래, 너도 잘 지내니?” 
“이모, 엄마에게 백신 맞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맞지 않아요. 어쩌지요.” 
“어쩌긴, 나는 포기했다. 네 엄마가 가도 너무 멀리 간 것 같다. 종교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쟁을 일으킨다. 네 엄마가 누구의 말도 듣기 싫고 오로지 주님 말씀을 들을 때만 기쁘다니 엄마의 행복을 깨서야 되겠니.” 
“엄마가 시카고 내가 사는 근처에 노인 아파트 신청한 것 됐다고 연락 왔는데 저는 엄마 아빠가 시카고에 와서 사는 것 싫어요. 시집 식구에게도 면목이 없고 이모가 잘 좀 말해주세요.” 
“말하긴 뭘 말해. 네 엄마가 믿는 주님이 알아서 하겠지. 걱정하지 말아. 너나 잘 살아. 네가 잘사는 것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거다.” 

 “형님, 잘 지내시지요. 만나 뵈야 하는데 이놈의 역질 때문에. 백신 맞으셨지요?”
“나야 맞았지만, 애들이 맞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안 사람이 듣지 않으니 어떡하겠나. 유튜브를 보거나 아니면 방언 기도를 종일 한다네. 기도를 멈추지 않으면 내가 흔들어 깨워. 듣기 싫으면 나는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하고. 우리가 포기해야지.” 
형부와 내 남편의 대화를 통해 언니가 팬데믹으로 집에 처박혀서 유튜브를 종일 들여다보다가 큐어넌 지지자가 되었단다. 언니가 믿는 기독교와 큐어넌 정치와의 궁합이 잘 맞물렸는지 증상이 더욱더 심해져 가고 있음을 알았다. 언니에게 전화가 와도 나는 입을 굳게 다물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우리 만나자. 바닷가에 가자.” 
어느 날 언니의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 참아서 곪았던 고름이 터지듯 나는 폭발했다. 
“가긴 어딜 가. 백신 맞지 않았잖아. 안돼.” 
“난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아.” 
“왜 하나님의 계시라도 받았어? 아니면 인침을 맞았어?” 
“꿈으로 받았지. 꿈이 아주 선명해. 린이가 결혼 못 하고 있을 때도 기도했더니 응답이 와서 결혼했잖아.” 
“언니, 린이는 내가 중매서서 결혼했는데 뜬금없이 하나님은. 아이고 내가 말을 시작하지 말아야지.“ 

 “세금을 더 내라는 편지가 왔는데 기도를 계속했더니 꿈으로 하나님이 보여주셨다. 글쎄, 냇가에 내 돈이 떠내려가다가 바위에 걸려서 건졌거든 그리고 나서 그 돈 내지 않아도 된다는 편지가 다시 왔단다. 전능하신 주님이 걱정하지 말라고 꿈으로 보여주셨다.” 
“아이고! 개꿈을 꾸고서는. 하나님이 그렇게 한가해. 평소에 언니가 집안에 둔 돈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한 것이 꿈으로 나타난 거야. 언니 대학은 나온 거야?”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세상 모든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초등학생이지. 구원을 받아 하늘나라에 가면 모를까. 세상은 성경 말씀대로 똑같이 돼가고 있단다. 너도 구원받아야 할 텐데. 너는 모든 것을 다 가졌는데 구원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 내가 말솜씨가 없어 전도를 못 해서 네가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 같다. 너 구원받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 한단다. 우리 시어머니 나를 따라 교회 다니시다가 구원받아 돌아가실 때 표정이 천국 가시는 듯 편안했다. 반대로 우리 친정엄마는 아무리 설득해도 믿지 않다가 돌아가실 때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한 두려운 표정을 네가 봤어야 했는데.” 
“고만해.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야. 미쳤어. 제발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마. 나 구원받아 언니와 함께 있는 천국 가기 싫어. 엄마 곁으로 갈 거야. 언니가 전도를 잘하면 내가 믿는다고? 당치도 않은 소리. 주님을 믿는 언니가 주위 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며 화목하게 살면 나도 당장 믿지. 교회에 미친 이후론 남편과 자식 그리고 부모 형제들과 틀어져 한 가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언니를 보면 믿고 싶다가도 믿음이 사라진다고.” 

“너는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니?” 
“하나님이 두렵긴 뭐가 두려워. 교회에 가서 불안과 초조 세뇌당하니까 두렵지. 주님은 내가 매일 산책하는 자연 속에도 계셔서 우리가 하루하루 행복하길 바란다고. 나 혼자 노력만으로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겠어. 보이지 않은 그 누군가가(주님) 항상 내 곁에서 나를 도와주는 느낌이 들어서 감사 기도가 수시로 나온다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화목한 가정 안에서 성실하고 기쁘게 살면 결국, 그것이 천국 아니야?" 
“그래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여러 번의 잘못한 선택으로 행복하지 않았어. 이 나이에 좋아지기는 글렀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두려운 하나님 말씀을 따를 뿐이야.” 
“코비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것도 언니의 또 다른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마지막으로 인침 선택만은 잘한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어.” 
“아버지가 극구 반대한 결혼을 하기 위해 집을 뛰쳐나갈 때도 잘한 선택이라더니 언니의 계속 잘못된 선택이 지금의 언니를 만들었잖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또, 현실은 나 몰라라 하고 구원받아 하늘나라에 가서 잘 살겠다며 아버지 말도 자식 말도 듣지 않고 교회에 미친 언니의 가정이 행복했냐고. 허구한 날 형부와 싸우기나 하고.” 

 “난 사람 말은 듣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 말씀만 들어. 나 요즈음 방언 기도가 왜 이리 잘 되는지. 방언 기도할 때가 가장 기쁘다. 기도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악령들이 방해하는 것을 물리치느라 에너지가 많이 빠지지만, 악령을 물리치고 기도에 집중하면 날아갈 듯 기쁘다. 몸이 가벼워져. 너무나 기쁜 나머지 길가다가도 큰소리로 방언 기도가 나와 깜짝 놀라 소리를 낮춘단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미쳤다고 신고하면 어쩌려고. 정신병원으로 끌려가고 싶어. 뭐 정신병원에 가면 방해 받지 않고 방언 기도만 할 수 있으니 더 좋겠네. 그 기쁨에 빠져 살지 왜 자꾸 나에게 전화해서 괴롭히는데? 제발 우리 서로 참견하지 말고 각자 자기에 맞는 주님과 행복을 찾아 살자고요. 전화하지 마.” 

“내가 전화하면 그렇게도 힘드니?” 
“몰라서 물어. 언니와의 마찰만 없으면 나야말로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언니 전화 받고 나면 며칠은 악령에 시달리듯 힘들어. 아버지가 언니 미국에 보내놓고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히 살 수 있다는 심정 백번 공감해.” 
“우리 앞으로는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고 전화 통화하면 안 되겠니?” 
“안돼. 언니와 내가 말만 하면 하나님이 어쩌고저쩌고하다가 요즈음은 한술 더 떠 유튜브에서 얻어들은 정치 이야기하려고? 아무튼, 팬데믹으로 유튜브가 많은 사람 잡아요. 제발 혼자 좋아하라고. 나에게 전화하지 마. 끝이야.” 

 그렇게 전화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언니의 전화가 또 왔다. 
“너 나에게 전화했니?” 
“내가 왜? 끝이라고 말했잖아. 제발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둬. 끝이라고. 끝.” 

 아이고! 한 가정도 화목하게 지키지 못하면서 누구를 구원하겠다고. 게다가 큐어넌인지 뭔지에 빠져 한미 양국 정치에까지 열 올리며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요. 그런 헛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화장실 청소나 하는 게 낫지. ‘주님, 저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제발 언니를 맡아 보살펴 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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