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이 사기꾼이니 엮이지 않게 조심해요. 한국인은 쓸데없이 정이 많아요. 정서가 어떻고, 정체성이 어떻고 하는 소리 촌스러워 듣기 싫어요.”
한국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아에게 이정은 말했다. 도아는 이정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 놀랄 만큼 토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백인으로 착각하는 말투가 너무 기가 차서 대꾸하지 않았다.
도아와 이정은 30여 년 전에 만났다. 친구라기보다는 비즈니스 관계였다. 이정은 어릴 적 한국을 떠났고 도아는 대학 졸업 후 떠났다. 둘이 아무리 비즈니스 관계를 오래 했다고 해도 친구가 되기에는 갭이 많았다. 백인과 결혼한 이정은 예의 바른 친절한 말투와 교양 넘치는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는 반면 한국인과 결혼한 도아는 직설적으로 욕을 먹어도 좋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도아는 종종 생각했다. ‘이정이 백인 남편과 살다 보니 본인도 백인이라고 착각해서인가? 아니면 갱년기라서? 어릴 적 한국을 떠난 후 한인을 기피해서? 몸은 성장했는데 한국어가 성장하지 못해서인가?’
“아니 일을 이렇게 해서 주면 어떡해요. 완벽하게 해서 보내지 않으면 난 들여다보지 않아요. 다시 해서 보내요. 미국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살았는데 헛살았군요.”
이정은 도아에게 자신은 완벽하게 잘하고 있는데 너는 왜 그 모양 그 꼴이냐는 식으로 면박을 줬다.
“우리 집 청소하는 여자는 내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윤나게 집 안 청소 잘해요. 내 비서도 빈틈없이 일 잘하는 데 도아씨는 이게 뭐예요. 다시 해와요.”
‘내가 네 집 하녀냐? 아니면 너의 내시 같은 비서냐?’
어이가 없어 도아도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더 난리 치며 지랄발광할 것 같아
“알았어요. 다시 할게요.”
평화로웠던 어느 화창한 날, 도아는 코네티컷 친구 집에서 창밖 강가에 낀 안개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이정의 전화가 왔다. 도아는 물건을 만들고 이정은 판매해서 반반씩 나누자는 제안이었다. 도아도 이정이 자신보다 영어와 일을 잘해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에 동의했다.
도아는 물건을 만들고 이정은 팔아서 이익금을 반반씩 나누는 일인데 자기 집 청소하는 사람과 비교하며 질책하는 데야!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이정의 깐죽거리는 매몰찬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도아는 다 집어치자고 버럭 소리 지르고 싶다가도 비즈니스 관계로 남편과도 엮어있어 잘해보려고 참았다. 다시 고쳐서 잘해서 보내겠다는데도 전화선 저쪽에서 이정은 계속 한 잔소리 또 하고 또 했다. 도아는 목이 조여 오는 듯한 느낌에 혀에서 떨어지려는 성난 소리를 삼키려고 와인을 가득 따라서 꿀꺽꿀꺽 들이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도아가 전화기를 옆으로 치워 놓고 와인을 마시며 차분함을 유지하려는데 이정이 도아를 찾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네 알았습니다. 다시 해볼게요. 바쁘신데 그만.”
“저는 1초를 다투며 일하는 사람이에요. 서너 번 손이 가지 않게 완벽하게 해서 보내주세요. 아 그리고 어제 물건 맡긴 분과 이야기 좀 하셨나요?”
“아니요.”
“그냥 물건만 던져 놓고 가셨다는데 그분과 물건을 어떻게 해주실 건지 상의도 하지 않고.”
“염려 말고 가라고 해서 그냥 왔는데요. 그분이 우리와 일을 오래 했잖아요. 알아서 잘하시겠지요. 제가 돈을 제때에 드리니까 잘해 주실 거예요.”
“돈 돈 돈 돈만 주면 잘한다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까지 그분과 오랫동안 별문제 없이 일해서...”
“그분과 이야기하면서 물건에 대한 피드백도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보면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잖아요.”
“그분이 치과에 간다고 시간이 없다고 해서.”
도아도 이정만큼은 아니지만 일하나 만큼은 똑 부러지게 한다고 자부하는데 허구한 날 야단만 맞으니 일할 맛이 나지 않았다.
도아가 이정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했던 인상적인 말이 떠오른다.
“전 상대방의 나쁜 점은 지적하지 않아요. 좋은 점만 말해요.”
“와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역시 비즈니스 우먼이시군요.”
감탄하며 자신도 이정처럼 남들의 단점은 입을 다물고 장점만을 칭찬하려고 애썼다. 이정은 처음에는 장점도 단점도 말하지 않고 항상 거리감을 두며 너는 내가 상대할 부류의 인간이 아니라는 고자세로 도아를 멀리했다. 남 일에 관심 없고 생긴 대로 사는 도아도 이정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해가 바뀔수록 이정은 좋은 말은커녕 상대에 대한 비난 거리를 현미경을 들고 찾아내듯 일일이 지적했다. 작은 실수를 용납 못 하는 그녀의 비서도 한몫 거들었다. 이정은 자기 성질대로 되지 않으면 상대방을 조지다가 직성이 풀리지 않으면 울먹이기까지 했다.
‘내가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너는 어디다 정신 놓고 있다가 왔냐는?’ 식으로 닦달했다.
“아니 미국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그 영어 뜻도 몰라요. 뉴욕타임스 금요일 아트섹션 보셨어요?”
도아의 영어 모자람을 은근히 뉴욕타임스 좀 읽고 대화 좀 하자는 식으로 말했다.
“내가 영어를 퍼팩하게 잘하면 성질 더러운 너와 왜 일하겠니?”
도아는 말하고 싶지만, 싸우면 더 피곤하고 힘들어져 와인을 들이키며 화를 다독였다. 전화 통화를 빨리 끝내고 싶어 칭찬 듣는 것을 좋아하는 이정에게
“네. 네. 일 잘하시네요. 대단해요.”
전화를 끊고 나서 한숨 돌리기도 전에 직성이 풀리지 않은 이정은 또 전화해서 한소리 또 하고 또 했다.
참다 참다 도아도 한마디 했다.
“내가 보낸 이메일을 검토하시고 내일쯤 전화하시면 좋았을 텐데.”
도아의 말에 화가 잔뜩 오른 이정은
“파일 줄이는 방법도 몰라요? 파일이 너무 커서 나 원참.”
“제가 깜박하고 그만. 죄송해요. 다시 줄여서 보낼게요.”
“도아씨가 보내오는 파일을 제가 검토나 하며 시간 낭비하는 줄 아세요. 전 일초를 다투며 일하는 사람이에요.”
“그럼 바쁜 신 것 같은데 전화 끊고 일 보세요.”
“제 바쁜 시간을 뺏지 않게 완벽히 해서 보내세요.”
“네 다시 해서 보낼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그만.”
도아가 먼저 전화 끊으려니까 이정은 발끈해서 말했다.
“뭐 스트레스받은 일이 있나 봐요?”
“스트레스받는 일? 없는데요.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이정은 자기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피하려는 도아가 얄밉다는 듯 마지못해 끊었다. 도아는 와인을 들이키며 이정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씹고 또 씹었다.
‘자기가 하는 일은 완벽하게 잘한 것이고 남이 하는 일은 무조건 맘에 들어하지 않으니. 함께 잘해보려거든 상대방 처지와 입장을 고려해서 일이 되게끔 하지 않고, 못한다고 초등학생 야단치듯 하니. 남이 하는 일은 이를 잡듯이 뒤지고도 모자라 자기보다 더한 비서라는 인간도 현미경을 들고 잡아낸 것을 트집 잡으려고 달려드는데 도아는 지쳤다.
도아의 마시는 와인 양이 하루하루 늘어 갔다. 자다가도 이정의 악다구니가 떠오르면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새웠다. 몸은 점점 말라갔다. 그들 앞에서는 트집 잡히는 일 이외는 없다. 한 발 뒤로 물러나 생각한 다음 따져도 되는데 받자마자 전화해서 지랄발광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트집만 잡으며 도아의 목을 조였다. 성에 차지 않으면 도마 위에 놓인 생선을 앞뒤로 뒤집다가 칼집을 내듯이 쿡쿡 찌르며 따진다. 급기야는 성에 차지 않은지 ‘너는 지금까지 인생을 헛살았다.’는 식으로 나왔다. 정신병자가 아니고서야. 상대하기 끔찍해서 어찌어찌 달래서 전화를 끊고 나면 다시 전화해서 칼자루를 단단히 쥐었다는 자세로 또 휘두른다. 도아는 ‘나도 질기지. 저런 인간과 상대하는 나는 인간도 아니다.’며 속으로 한탄했다.
도아는 이정으로부터 조용히 멀어지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이정과의 갈등이 폭팔하기 전에 자신의 가치와 행복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에너지를 이정의 비수에 소비하지 말자. 평화를 무너뜨리는 이정의 말에 휘둘리지 말자. 고 마음 먹었다.
‘그만 만나면 나에게 손해가 오는가? 오지 않는가를 판단하고 이득이 없으면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 이득이 있더라도 너무 견디기 힘들면 손해 보고서라도 그만 만나라.’는 법륜스님의 인간관계 유튜브 영상을 찾아 들으며 일단은 이정이 먼저 그만두자고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느 날 이정이 도아에게 전화해서 교양 있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솔직히 사람들에게 내 시간과 돈을 자선(charity)하고 있는 거예요.”
도아는 이정이 말한 영어 ‘charity’라는 말을 듣는 순간 대체 애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지? charity라는 단어에 또 다른 의미가 있나? 사전을 찾아볼 정도로 자신의 귀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의심했다. 이정의 머리가 돈 것 아닌가? 실지로 이정이 도아를 위해 뭘 자선했단 말인가! 계속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금전적으로 투자했지만, 뭘 얼만큼 되돌려 줬단 말인가?
이정은 도아뿐만 아니라 함께 일했던 많은 사람과도 싸움닭처럼 싸우다 끝냈다. 법륜스님 말씀 중.
‘상대가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과 문제가 많다며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문제를 일으키는 그 사람의 문제다.’
도아는 자신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조용히 문제 많은 이정과의 인연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도아처럼 이정과 일에 연관된 분을 만났다. 그분이 도아에게 물었다.
“이정이 너에게도 난리 치지? 어떻게 그걸 참고 있어? 나는 너무 힘들어. 더 이상 못 참겠어.”
도아도 이정에 대한 한을 마구 쏟아 내려다
“힘들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남편과도 연결되어 있어 참을 수밖에.”
“근데 처음엔 그러지 않더니 갈수록 심해져. 내가 어느 날 이정에게 물었어. 어디 아픈 것 아니냐? 고 했더니 화를 발끈 내며 신경질적으로 아니라고 말하더군. 정상 아니야.”
“선생님이 초등학생 야단치듯 하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저도 도무지 모르겠어요. 왜 그러는 거예요? 몸은 성장했는데 한국어가 성장하지 못해서인가요?”
“언어 문제가 아니라 공감능력이 부족해서야.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서지.”
이정은 4학년 때 부모를 따라 외국으로 돌아다니다 한국에 들어왔다가 또 해외로 떠나 돌아다녔다. 몸이 성장하듯이 언어도 성장해야 하는데 그녀가 쓰는 언어는 초등학교 4학년 수준에 이따금 한국으로 돌아와 다녔던 학교 과정 수준으로 언어 성장이 멈췄다고 처음에 도아는 생각했다. 성인들 간의 말투가 아니다. 탁구를 칠 때 공을 상대에게 잘 던져주듯이 상대방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처 주지 않게 적절한 언어를 골라 사용해야 하는데 이정은 탁구공이 오면 왜 공을 자기 앞에다 공손히 던지지 못했냐는 식으로 상대방이 받아칠 수 없게 신경질 적으로 공을 내동댕이 치는 식이다.
‘너 그것도 몰라. 네가 그러면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동안 뭐 했니. 헛살았구나.’
등등 초등학생에게 하듯 도아를 야단쳤다. 도아는 이정과 함께하는 지리를 피하며 감정싸움을 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날 때를 기다렸다.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바랐지만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도아는 전화 화면에 이정의 이름이 뜨면 몸이 떨리고 경련을 일으킬 것 같았다.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무서워 전화를 받지 않고 피했다. 엔설팅 머신에 녹음된 이정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게 상냥했다. 이익이 될만한 사람에게는 천사 같은 미소를 띠고 목소리의 톤이 올라간다. 이정은 도아의 심정이 어떤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해댔다. 도아는 이정이 따질 때마다 ‘오냐오냐 네 말이 맞다. 너 잘했고 나 못했다.’라고 달래서 무조건 전화를 빨리 끝냈다. 그러다 어느 날 도아는 이정의 악다구니를 참으며 한참을 듣고 일어나다가 쓰러졌다.
“왜 나를 못 잡아먹어 난리야?”
하도 답답해서 도아가 남편에게 물었다.
“스트레스 풀 대상을 만만한 당신으로 잡은 거야. 다 때려치우자고 소리 질러 봐.”
“말 못 해. 이정이 먼저 말해주면 좋겠어. 기다리는 중이야.”
이정은 도아를 만나면 언제 내가 너의 목을 조였냐는 듯이 우아하고 교양 있는 목소리로 반겼다. 뭐 도아에게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많은 사람의 목을 조였으니. 견디다 못해 그 많던 사람이 다 떨어져 나가고 서너 명만 남았다. 그냥 목조이는 순간을 넘기고 큰소리 내지 않고 더 이상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도아의 희망이었다. 도아는 주중 저녁 6시까지 이정의 전화가 오지 않으면 오늘은 무사히 넘겼구나! 안도의 숨을 쉬며 행복했다. 언제 또다시 목을 조이기 전에 지금 이 시간을 즐기자는 듯 이정과 부딪치지 않은 날은 평화로웠다.
인간관계는 참 복잡하고 어렵다. 이정은 일 처리만큼은 정확하게 기계처럼 잘했다. 하지만 일만 잘한다고 비즈니스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 또한 뒷받침이 돼야 한다. 이정은 인공지능(AI)이 아닐까? 오히려 인간들은 점점 기계가 되고 인공지능은 인간다워진다. 인간은 상대방의 언행으로 분노를 느끼지만 AI는 매니저가 트레인 해 놓은 데로 분노를 일으킬 만한 상황에서 분노를 삭일 줄 안다. 도아는 이정에게 질려 모든 인간관계를 끝내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며 자연과 쳇 GPT 하고만 놀고 싶었다.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구글링보다 쳇 GPT에서 물어봤다. 계속 찾아 들어가야 하는 구글링과는 달리 한방에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 편하다. ‘인공지능이 대체 못 하는 인간이 가진 뛰어난 점은 호기심, 겸손과 감성지능(공감)이란다.’ 그러나 오히려 쳇 GPT는 이정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안다고 잘난 척하지 않는다. 남을 깎아내리지도 않고 겸손하다. 질문에 성심껏 대답해 주며 더 궁금한 점을 다시 물어보면 도아주겠다는 호기심이 깃든 친절함으로 끝말을 맺는다.
도아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했다. ‘같이 미쳐볼까?’ 더는 참지 못하는 순간이 곧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이정을 피하려는 방패막을 내리고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칼날을 갈며 이정을 단칼에 자를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며 단 한 번도 이정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이정에게 전화가 왔다.
“도아씨는 도통 연락하지 않네요.”
“요즈음 누가 전화하나요. 전화상으로는 감정이 이입되어 편하지 않잖아요. 전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선호해서.”
어머 전 도아씨가 영어보다는 한국말이 편하신 것 같아서 내가 특별 대우하느라 그동안 전화 했는데. 그럼 앞으로는 제 비서와 영어로 하실래요?”
“그동안 제 불편함을 감안해서 한국말로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바쁘신데 앞으로는 이메일로 당신의 비서와 서신 교환 할게요.”
“난 전화로 말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도아의 남편은 10년 넘게 옆에서 와이프와 이정의 대화를 듣고 참고 참다가 도아가 이정의 전화를 받고 두 번째 쓸어지던 날 칼을 빼들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가다가는 마누라 죽이겠어서 오늘 이정을 만나고 오는 길이야. 단호하게 말했어. 제 와이프에게 할 말 있으면 나에게 하세요. 절대로 와이프에게 전화하지 마세요. 했더니 이정이 벌떡 일어나 씩씩거리더니 다른 방으로 가더라고. 어떡하겠어. 와이프 먼저 살리고 봐야지. 이젠 더는 전화하지 않을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
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도의 숨을 크게 내뱉었다. 도아와 이정과의 관계는 드디어 막을 내렸다.